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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바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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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 Notes

조르바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소설 속 ‘나’는 그런 조르바를 동경하고, 그를 갈탄광 관리자로 고용한다.

처음에는 조르바가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사는 사람처럼 보였다. 심지어 초반에는 능력은 없으면서 ‘나는 자유롭다’고 말하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자유라고 해도, 그 선택의 근원이 결핍이나 외적 동기가 아니라 정말 자기 안에서 나온 것이어야 진짜 자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읽다 보니 내가 조르바를 정말 자유롭다고 느낀 장면은 따로 있었다. ‘나’가 케이블카 설비를 위해 맡긴 거액의 돈을 조르바가 탕진해버리고도, 숨거나 도망치지 않고 편지를 보내고 결국 다시 돌아오는 장면이었다.

조르바는 하고 싶은 대로 살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서는 도망치지 않는다. 맡은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수를 모두 쓰고,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진다. 갈탄광 인부들을 지휘할 능력도 있었고, 고용인인 ‘나’에게 결국 자신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자유로운 동시에 능력과 책임, 신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반대로 소설 속 ‘나’는 정석적인 교육과정을 거치며 대부분의 세상을 책으로 배운 사람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여러 질문이 생겼다.

나는 진짜 자유로운가?

내가 지금 하는 선택들은 정말 내가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두려움이 나를 움직인 것인가?

결핍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닐까?

남들의 시선이나 외압이 두려워서 선택한 것은 아닐까?

결국 내가 내린 답은, 삶에는 애초에 정답이 없다는 것이었다.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것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것에 가깝다고 느꼈다.

나 역시 자유를 동경하고, 가능하면 내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려고 해왔다. 그래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가려고도 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는 반드시 자유로워야 한다’는 강박 자체가 오히려 하나의 프레임이 되어 내 자유를 옭아매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유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라왔다. 책을 읽으면서 진짜 자유로워지려면 단순히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뿐 아니라, 내가 선택한 결과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하고, 실패나 죄책감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않는 것도 필요하겠다고 느꼈다.

그러다 보니 더 큰 질문까지 이어졌다. 내가 학교에서 배우고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정답’이라고 말하는 인생의 경로는 누가 만든 것일까. 교육이나 매스미디어는 사회에 필요한 사람을 효율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일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믿어왔던 성공의 경로나 가치들도 누군가가 만든 질서 안의 정답은 아니었을까.

또 한편으로는 자유를 가지려면 어느 정도 권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권력은 단순히 돈이나 명예가 아니다. 내가 마음대로 웃고 농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는 힘, 남이 만든 정답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답을 정의할 수 있는 힘에 가깝다.

그런데 조르바는 이것과도 조금 다르다. 그는 자신에게 유리한 시스템을 먼저 만든 뒤 자유로워지는 사람이 아니다. 외압이 있는 사회 안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그냥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간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건 용기인 것 같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고, 자신의 선택이나 실수로부터 도망치지 않는 용기.

그리고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 중 하나는 조르바가 처음부터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찾아 헤맨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냥 여러 일을 하고, 여러 곳에 가고, 사람을 만나고, 실패하고, 또 다른 일을 하다 보니 좋아하는 것과 자기만의 삶이 쌓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항상 완벽하게 좋아하는 것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랜덤한 곳으로 가보고, uncomfortable zone에 들어가보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을 해보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는 게 아닐까 싶었다.

꿈이나 좋아하는 것은 어딘가에 완성된 형태로 존재해서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생기는 흔적에 가까운 것 같다.

그 과정에서 필요한 준비물은 결국 능력, 선택할 수 있는 자신감, 책임감, 그리고 자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ps.

(울림을 주는 책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노잼이라서 읽는동안에는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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